인간의 생명은 소중하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당신에게는 자녀가 있다. 자녀가 나이가 들어, 당신에게 많은 질문을 하는데 어느 날에는 이런 질문을 한다. “잘못이 큰 사람은 죽여야 하나요?” 여기에 당신은 자비롭게 웃으면서 “아니, 잘못한 사람이라도 죽이면 안 돼.” 라고 대답할 것인가 아니면 “많은 사람을 죽인 사람이라면, 죽어야겠지?” 라고 대답할 것인가? 대부분은 사실 이에 대한 대답 자체를 회피하려고 하겠지만 이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할 일이기도 하다.
사형은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기 시작한 때부터 계속되어온 벌이다. 일반적으로 벌이라는 것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죄인에게 주는 고통이다. 그 끝이 사형이라는 벌이고, 이는 목숨을 잃는 것보다 심한 고통은 없음을 말해준다. 우리가 현재 당면한 문제는, 인간이 인간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의 고통인 죽음이 과연 올바른가에 대한 것이다. 이는 국내에선 1400년대 조선시대 때부터 제기되어왔던 문제이며 문명의 시작과 동시에 인간이 아직도 답을 내리지 못한 문제이기도 하다.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거두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일까? 이에 대한 답을 내지 못하여 사형을 하는 나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나라들의 상황을 개략적으로 짚어보기로 하자.
미국에서는 1977년부터 1999년까지 30개 주에서 사형을 집행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유색인종이 많은 주는 사형 집행이 많이 이루어졌지만 백인이 대다수인 주는 사형 집행이 극히 드물었다는 점이다. 인간의 목숨은 똑같이 무겁다고 한다는 말이 과연 미국에서도 그러한지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인종에 대한 문제는 여기에선 논하지 않기로 하겠다. 미국의 경우는 1972년 미국 대법원이 사형을 금지했다가 흉악범죄가 급증, 1976년도에 사형제를 부활시킴에 따라 일어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상황을 보면 미국보다는 나은 나라가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3년도에 국제엠네스티에서 조사한 바로는, 전 세계 사형 폐지국은 약 112개이며 사형 존치국은 약 83개이다. 1985년 이후 50여개 국가에서 사형을 폐지했지만 이 중 네팔과 필리핀, 잠비아와 파푸아 뉴기니 4개국은 사형을 부활시켰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4개국에서 사형집행은 실시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즉 법만이 존재하며 실질적 사형 집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유럽으로 넘어가보자.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1981년, 1949년에 사형을 폐지하였으며 EU는 회원국 가입 조건에 사형을 폐지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EU에 가입되어있는 국가들은 전부 사형제도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적인 면에서 사형이 어떤 상황인지는 충분히 알아보았으니, 역사적인 맥락에서 사형을 짚어보도록 하겠다. 인류 최초의 법전이라고 일컬어지는 함무라비 법전에서는 살인을 저지른 자는 죽이도록 명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죽는 것이 두려워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형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후로 내려온 사형의 역사는 여러 모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는데, 중세 시대의 아이언 메이든을 비롯한 각종 고문 도구 - 그러나 그 고문이 대부분 사형으로 직결되는 - 와 사지를 찢어 죽이는 조선의 형벌인 능지처참 등 인간은 인간을 죽이는 다양한 방법을 사람들은 장대한 역사에 걸쳐 연구해왔다. 1500년부터 50년간 영국에서만 무려 7만 명이 사형을 당했고 조선 역시 많은 인간을 현대와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여 사형에 처했다. (일례로, 방화는 그 규모를 불문하고 조선시대에선 대부분 사형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사형이 아무렇지도 않게 집행되어왔던 때부터 사형을 반대한 사람이 있었으니 역사에 기록된 인물로는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였다. 그러나 세조 이후의 조선 역사가 말해주듯 그는 사형을 폐지할 수 없었고 사실 사형 폐지를 주장한 그도 자신의 정적인 사육신과 단종을 죽였다. 역사 속에서 사형은 도저히 사라질 수 없었던 필요악이었을까. 지금에 와서야 앞에서 살펴봤듯이 조금씩 사형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지역별로, 나라별로 사형에 관한 법은 서로 다 다르다. 아직까지도 인간은 서로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인간이 다른 인간의 생명을 고의적으로 빼앗았고, 그에 대한 응보로 가해자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 똑같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의 목숨이 가지는 무게가 똑같다는 명제에서 생각해보면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둘의 목숨이 사라지고 난 후 남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사형 집행에 관해 회의적인 자세를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죽였다고 죽이고,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어가는 사회에, 즉 잘못이 아주 큰 사람은 죽여야한다고 말하는 사회에 올바른 가치관이 설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윤리학에 등장하는 규칙공리주의의 논리에 입각해 이 문제를 살펴보자.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 사형을 지지한다. 잘못한 사람은 죽여야한다고 말이다. 만약 세상의 모든 사람이 사형을 지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은 평화로워지고, 어딘가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인간이 많은 이유로 죽는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일까? 더군다나 처음에 든 예와 같이 이런 사회상을 바라보고 자라는 어린이들은 과연 커서 어떠한 감수성을 지니게 될 것인가? 소름이 돋는 일이다. 논리적으로 정리해보자면, 사형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성장한 인간들로 이루어진 사회가 과연 인간이 가져야할 덕목에 대해 바른 인성을 가지고 있을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한다는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기본적으로 필요한 상황에 따라서 인간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은 일정 상황의 해석이 변함에 따라 어느 누구라도, 어떠한 순간에서라도 사람을 죽이는 것이 정당해진다는 논리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수많은 정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가. 사법살인이라는 말이 이런 경우에 들어맞는 말인 것이다. 인간의 생명이 소중하다고 가르치는 사회에서, 잘못한 인간은 없어져야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잘못한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위의 말을 정정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생명은 그 인간이 어떠한 인간이든 상관없이 소중한 것이다. 사형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의 생명에 계속 차등을 두고 있다는 말이다. 앞에서도 계속 이야기했다. 하루 빨리 사형이 세계에서 사라져야 인간은 조금 더 나은 가치관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국의 사형 집행 현황
푸른색 : 사형 완전 폐지국
붉은색 : 사형 집행국 (법이 존재하며 최근 10년 이내 1번 이상 사형을 집행)
주황색 : 사형 집행국 (법은 존재하나 최근 10년 이내 1번의 사형도 집행하지 않음)
연두색 : 전반적 사형 폐지국 (전시 등 특수한 상황에만 사형을 집행)
프레시안 사설
100분토론 자료
외국의 사형 집행 현황
외국의 사형 집행 현황 2
사형과 관련된 각국의 결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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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관한 제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지금 다시보니 허접하기 그지없군요.
그나저나 아무리 들여쓰기를 해도 글자가 안으로 들어가질 않아서 골치가 아픕니다.
11/18/08
The Capital Punishment
11/17/08
11/10/08
20081110
1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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