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흔히들 인과관계가 도출이 어렵다는 뜻으로 드는 예가 닭과 달걀의 예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즉 둘 중 무엇이 다른 나머지 하나의 선행 원인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드는 예인 것이다. 이처럼 인과관계의 파악은 단 두 개의 개체 사이에서도 관계를 확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물며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복잡한 인과관계를 밝히는 일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본문에서 제시하고 있는 미국의 범죄율 감소 역시 당시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많은 가설을 내세웠음에도 불구, 글쓴이는 낙태라는 원인을 루마니아의 경우와 연관을 지어 범죄율 감소라는 결론으로 도출해낸다.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원인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가설을 세워보아야하는지 알려주는 좋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본문에선 확정적인 자료와 근거를 토대로 범죄율감소와 낙태의 인과관계를 밝혀냈지만 이는 글쓴이의 사고가 없었으면 바로 연결이 되지 못하는 자료들이다. 즉 두 자료는 따로 떨어져있는 상태의, 독립적인 현상으로만 남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두 자료를 같이 생각할 때 과연 이것들을 인과관계로 파악할 것인지 상관관계로 파악할 것인지 결정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솜씨가 좋은 외과의사가 되려면 비디오게임을 잘 해야한다. 이것을 과연 쉽게 믿을 수 있는가? 2007년 7월 31일 서울경제신문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비디오게임을 잘 하는 외과의사가 그렇지 못한 의사보다 수술에 관련한 총체적인 능력 더욱 뛰어나다는 말이 있다. 기자가 범하고 있는 오류는, 외과수술과 비디오게임 능력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디오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의사가 된다면, 그 사람은 수술을 잘한다고 확정짓는 것이다. 물론 비디오게임과 수술에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연구결과를 호도하는 일이지만, 이를 확실한 인과로 규정지어 일반화하는 것은 더욱 위험한 일이다. 정리하자면, 수술과 관련한 능력을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사람이 비디오게임을 좋아하는 것인지, 비디오게임으로 수술과 관련한 능력이 계발되는 것인지는 이 연구 결과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서울경제신문에서 인용하고 있는 원문에서는 비디오게임 능력이 곧 수술 능력이라고 단정을 짓는 어구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서울경제신문의 기자는 자녀에게 비디오게임을 권장하라고까지 말하니, 그가 통계자료를 가지고 어떠한 생각을 통하여 그러한 결론에 도달했는지 참으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통계자료를 통하여 연구를 할 때 가장 주의해야할 점은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구분하는 일이다. 상관관계는 경향을 나타내는 지표일 뿐이지 이를 인과로 도출하기 위해서는 다른 수많은 사례와 가설의 검정이 필요하다. 뉴욕의 경찰의 수가 증가했을 때 범죄율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지지 못한다. 낙태로 인한 잠정적 범죄자의 수가 감소한 것이 인과관계이고, 경찰력과 범죄율은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인 것이다. 통계를 통한 올바른 연구라면 비디오게임과 수술, 낙태와 범죄율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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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그 많던 범죄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를 읽고 쓴 글입니다. 나름대로 참신한 소재를 찾으려고 고생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12/8/08
닭과 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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