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

The Yellow Light

날씨가 마치 하늘에 무거운 솜이불을 덮어놓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공기가 굉장히 무거워 숨쉬는 것이 묵직한 돌멩이를 연방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 같거든요. 제 눈에는 저 바깥의 사람들도 그다지 즐거운 표정은 아닌 것 같아 보입니다. 도시의 공기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바깥을 나갔습니다. 외부로부터가 아닌, 안에서부터 오한이 생겨 뼈를 타고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도 좋지는 않지만, 이런 날씨 역시 사람이 살기엔 썩 좋지 않은 환경 같아요. 쿨쩍거리면서 여기 저기 납작 엎드려 있는 자동차들 사이로 몸을 흔들어 나아가지만 그럴 적마다 이렇게 사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길을 걷다가 문득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법이 체계적인지 궁금하게 되었습니다. 눈앞의 고불고불한 길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하고 움직이는 것이 정상일겁니다. 하지만 생각은 저기 비틀어진 가로수 옆에서 바닥을 쪼는 비둘기가, 휙, 저를 쳐다보는 것처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바로 인간들이 이루어낸 나름의 체계적 성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문명이라던가, 뭐 그런 것들이요. 확실히 계산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저 비둘기의 반응기제와 같은 속성에서 나오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슬퍼졌습니다. 이 생각은 또 틀렸나보다- 하고 말입니다.
무언가를 정해 놓고 생각을 하는 것도 사람들이 잘 하는 일이지만, 정할 수 없는 것들 - 가령 인간 자신을 향한 것들이 있을 것 같다고 반짝 생각났습니다. - 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냥 밥 찾아 먹고, 졸리면 자고, 더 못자겠으면 일어나는 생활이 편하기는 하겠지만 별 생각을 다 하다보니 이런 의문이 또 생겨버렸습니다.
오늘도 별 쓸모없는 생각만 잔뜩 했습니다. 언제쯤 ‘이거다!’ 라며 좋아할 수 있는 생각을 할 수 있을지 먹먹합니다. 마치 우주에 던져진 느낌이에요, 위도 없고 아래도 없고. 방향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과 같다고 느낍니다.
날씨는 어린이를 닮았습니다. 굉장히 제멋대로이거든요. 쿨쩍거리면서 휘적휘적 걸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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