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09

위기에 위기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

1929년 10월 24일 목요일, 미국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의 주가 폭락은 그 영향으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이때 발생한 실업과 디플레이션은 역사가 기록되고 지표라는 것이 수집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당장 대공황만 검색해보면 바로 나오는 사실이에요. 제가 궁금한 것은, 이 시기에 언론 및 여론이 이 시기를 '위기'라고 평가했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당시의 언론자료를 제가 접해보진 못해서 마구 이를 예단할 수는 없으니 두 가지 경우로 나눠보도록 하죠. 위기라고 했다면, 혹은 그렇지 않았다면.



도로디어 랭의 사진작품, 1936년 3월 캘리포니아 니포모에서 7살된 딸을 대리고 배급권을 기다리는 32세 여성의 모습.ⓒwikipedia


그 시기를 위기라고 칭했다고 해봅시다. 뭐가 나올까요? 야당의 강력한 공세를 비롯한 여러 비주류의 저항을 예상할 수 있겠죠. 반대로, 위기가 아니라고 했다면 주류의 방어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현상은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죠. 실제로 그게 위기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이에요. 중요한건, 1929년 10월 23일 목요일에는 거대한 주가폭락이 있었고 이를 시점으로 큰 실업과 디플레이션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2008년 말에 미국의 주가가 다시 폭락했습니다. 사람들은 신자유주의의 종말, 나아가 자본주의의 종말을 이야기했습니다. 다시 1929년의 대공황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지금은 위기라고 말입니다.


역시, 이는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사람들은 현상을 정치에 이용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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